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가 27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렸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첫 공식 만남이다. 이날은 14대 그룹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본준 엘지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재계 순위 2, 4, 6위 등 짝수 그룹 기업인들과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참석했다. 28일엔 홀수 그룹 기업인들이 초청된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행사를 시나리오·발표자료·시간제한 없는 ‘3무 간담회’로 진행했다. 이전 정부의 간담회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또 격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상춘재 앞뜰에서 20여분간 ‘호프 미팅’을 한 뒤 실내로 옮겨 경제현안을 놓고 2시간 넘게 간담회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또 대·중소기업 상생과 동반성장도 당부했다. 모두 새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이며, 대기업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다.
기업 쪽은 이전처럼 전경련이 기업들로부터 투자·고용 계획을 취합해 발표하지 않았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 간담회 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연간 155조원 투자와 14만명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부풀려졌을 뿐 아니라 그 뒤 제대로 이행됐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신 기업인들은 각 사별로 계획하고 있는 협력업체 지원 대책과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을 밝혔다. 또 미국의 보호무역으로 인한 수출 감소,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피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시 매출 타격 우려 등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원전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등을 약속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꼭 대통령이 당부해서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도 ‘공정경제’와 ‘상생경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이다. 이를 계속 외면한다면 양극화 심화와 저성장 고착화라는 복합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도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불공정거래 관행은 반드시 근절하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지원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줄 필요가 있다. 이번 간담회가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정부와 대기업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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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서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과 맥주잔을 들어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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