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17일(현지시각)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국회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맥매스터 보좌관도 “(한국의 절차 문제를) 존중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 미룰 일이 아니다. 이제 국회가 나서 사드 배치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국방부는 그동안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국가간 조약이 아니므로 국회 논의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헌법 60조 1항이 명시한 ‘국회 동의권’은 조약에만 국한되며, 사드 배치는 이미 국회 동의를 받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 동의권이 필요한 조약 항목엔 ‘안전보장, 주권 제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경우가 포함된다고 헌법은 명시하고 있다. 설령 사드 배치 합의가 조약 형식을 띠지 않았다 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0억달러 한국 부담’ 발언으로 이제 국회 동의를 피할 명분은 사라졌다.
사드로 인해 1년 가까이 국론은 찬반으로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돼 우리나라 경제엔 심각한 후폭풍이 불어닥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조약이 아니니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고 고집부리는 건 정부 부처의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에서 졸속 추진된 사드 배치 문제를 국회에서 공론화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홍석현 특사와 맥매스터 보좌관의 논의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지킨다는 차원에서도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다.
사드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이유도 밀실 합의와 기습 배치 등 일방적 진행 탓이 크다. 그렇게 베일에 가려진 채 밀어붙이다 보니 ‘사드 배치 비용 10억달러는 당연히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미국 대통령의 말도 안 되는 발언까지 나오는 게 아닌가. 새 정부는 당연히 국민에게 전후 상황을 투명하게 알리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를 확보하는 게 옳다. 국회는 사드 배치의 적절성을 들여다볼 뿐 아니라 배치 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도 분명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이슈사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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