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주기를 맞아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온 나라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스러진 어린 넋들을 기억하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의 빠른 수습을 기원했다.
그러나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너무 커 슬픔을 승화시킬 수 없는 이들도 있다. 미수습자 가족만이 아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구하려다 숨진 기간제 교사들의 가족들도 있다. 참사 당시 26살이던 김초원 교사와 31살이던 이지혜 교사는 세월호가 물에 잠기던 때 5층 객실에 있다가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구조하다가 학생들과 함께 희생됐다. 교사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임무를 다하고 목숨을 잃었으니 의로운 죽음이고 명백한 순직이다. 그런데 두 희생자는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원 신분이 아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지난 3년 동안 순직 심사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죽음조차 차별을 받은 셈이니 남은 가족들의 비통함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두 교사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권고를 인사혁신처에 냈다. 인권위는 기간제 교사도 순직 인정이 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할 경우 기존 공무원연금법으로도 순직 인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희생자 가족들이 겪은 괴로움을 생각하면 인권위가 박근혜 정권 시절 내내 침묵하다가 이제 와서야 순직 인정 권고를 한 것은 야속한 일이다. 그러나 세월호 진상규명을 회피하던 정부가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문제에서조차 법을 핑계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희생된 교사들을 순직으로 인정하는 절차를 밟고, 관련 법의 개정을 서두르기 바란다. 그것이 꽃다운 나이의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는 길이다.
이슈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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