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일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2주간 항고기간을 거쳐 17일엔 파산선고가 내려질 것이다. 한때 세계 7위이던 해운회사가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홀로 남게 된 현대상선이 수출입 물류의 공백을 제대로 메울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한진해운과 관련 업체의 직원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큰 해운업의 국내 1위 업체가 ‘파산’으로 가게 된 것은 선제 구조조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재벌 체제의 최대주주, 기업·산업 구조조정에 무능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잘나갈 때는 한껏 이익을 챙기던 최대주주는 어설픈 경영으로 회사가 어려워지는데도 경영권 지키기에만 급급했다. 그러다가 늘어나는 손실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우량 자산을 빼돌리듯 팔아치우고는 손을 털었다. 국책은행을 앞세운 정부는 구조조정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금융 지원만 늘리다가, 경영 위기가 가속화하자 대책 없이 자금 지원을 끊었다. 한진해운이 갑작스레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일어난 물류대란은 그런 어설픔이 빚어낸 결과였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가 열렸으나, 증인들이 제대로 출석하지 않아 진상 규명에 성과가 없었다. 국책은행의 대규모 손실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묻고 가야 한다.
그동안 대기업 구조조정은 주로 워크아웃을 통해 이뤄졌다. 추진 과정이 빠르고 기업이 신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법적 구속력 없이 채권단과 기업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가장 낮은 단계의 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주채권은행이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것이다. 지금은 채권단 주도로 부실기업에 워크아웃을 강제할 수도 있게 됐지만, 은행들이 적용을 꺼리는 형편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게 이참에 제도적 장치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채권단의 손에 넘어가 있는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와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세계 해운업계는 상위 업체들을 중심으로 몸집 불리기를 통한 재편이 한창이다. 경영진의 분투를 바란다. 정부는 한진해운 파산의 여파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고, 한진해운 직원들을 현대상선이 최대한 흡수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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