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항저우에서 3일 한-러 및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으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와 북한 핵 문제 등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반도·동북아 관련국 사이의 갈등이 구조화한 양상이어서 우려된다.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두 나라가 파리협정(새 기후체제 유엔기후변화협약) 비준서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한 것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서 고무적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두 나라의 비준으로 이 협정이 올해 안에 발효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도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한-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기업과 러시아 사이의 경협 확대 방안이 논의된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다른 한반도 관련 핵심 현안에서는 의견 차이가 여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힌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 안보 수호’라는 포괄적인 언급으로 피해갔다. 북한 핵 문제의 해법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긴장 고조 행위 자제와 ‘상황을 올바른 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한 것과 달리 미국은 북한의 위협과 대북 제재를 내세웠다. 남중국해와 중국 인권 문제에서도 두 나라는 평행선을 그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이 새 협상이나 타협을 시도하기보다 현상 유지와 상황 관리를 택했다고 할 수 있다.
북핵 해법의 차이는 한-러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 제재·압박 강화 입장을 밝힌 데 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을 설득해 협상의 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직접 거론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러시아의 사드 반대 입장이 달라진 건 아니다. 이번 회담의 계기가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인 만큼 한-러 경협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봐야 한다. 푸틴 대통령이 나진-하산 프로젝트(남북러 삼각협력) 재개를 촉구한 것도 그렇다.
한-러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러-일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는 쿠릴 4개 섬(북방영토) 영유권과 평화조약 체결 문제 등을 논의했다. 동북아의 전반적인 갈등 분위기 속에서도 러-일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두 나라의 이런 실용적인 태도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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