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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감찰관 사표 내는데 감찰 대상은 버티는 몰염치

등록 2016-08-29 19:22수정 2016-08-29 20:24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행위를 감찰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29일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가 이미 그를 공개적으로 공격했던 터여서 사표는 곧 수리될 전망이다. 도입 초기인 특별감찰관 제도도 이로써 크게 흔들리게 됐다.

이 특별감찰관의 사퇴는 특별감찰관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벌어진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자신의 휴대전화는 물론 감찰 관련 문서들을 모두 압수당했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는 “지금 상황을 보면 이 기관을 없애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측근인 수석비서관 이상의 대통령비서실 직원과 대통령 친인척 등을 대상으로 독립적인 조사 기능을 맡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이 걸핏하면 수사 대상이 된다면 온전하게 기능하기 어렵다. 더구나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는 민정수석을 감찰한 것이 수사 빌미가 됐으니, 대통령 측근의 부패와 전횡을 신속·엄정하게 단죄하자는 제도의 취지는 뿌리부터 허물어지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특별감찰관 제도를 박근혜 정부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것도 기막힌 일이다.

이 특별감찰관의 사퇴는 여전히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우 수석과 대비된다.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기로는 이 특별감찰관보다 우 수석이 더하다. 우 수석은 이미 여러 의혹의 대상이고, 의혹 가운데는 범죄 혐의가 뚜렷한 것도 여럿이다. 검찰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이 범죄 혐의를 받는 것만으로도 부적절한데, 그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물러나기를 거부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와 인사에 실질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현직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공정하고 엄정하게 이뤄지는 것은 애초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설령 그렇게 주장하더라도 국민이 도무지 믿지 않을 것이다. 범죄 혐의의 대상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민정수석의 업무 수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도 없거니와, 그런 민정수석의 업무 결과를 수긍할 사람도 많지 않을 터이다. 그런데도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것은 어떻게든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구명하려는 의도로 보일 뿐이다. 공직자의 가치관은커녕, 보통의 상식과 부끄러움도 없는 듯하다. 당장 사퇴할 사람은 다름 아닌 우 수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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