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의 경고성 요청을 뿌리치고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6명을 공개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이 중국 입장에 동조하면서 중국을 방문한다.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하더라도 국가안보 문제에선 내부 분열을 가중시키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게 정치의 기본 책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한술 더 떴다. 야당 의원들의 행동을 ‘매국 행위’라고 규정하며 “이들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아니다”라고까지 말했다.
사드 배치의 본질적인 논란은 외면한 채 야당 의원 방중을 ‘국론 분열’ 또는 ‘사대 매국’ 행위로 매도하는 데 정부와 여당, 대통령까지 팔을 걷고 나선 모양새다. 도를 넘은 지나친 정치 공세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중국과 대립하는 상황이라 해도,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대화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을 대통령까지 나서 비난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 외교를 하는 정부가 취할 태도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 의원들의 중국 방문이 국익을 훼손한다고 말한다. 대통령은 ‘정부 입장과 다른 생각은 일절 대외적으로 말하지 않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 ‘정권 안보’를 지키는 데 사용됐던 논리다. 1979년 9월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뉴욕 타임스> 인터뷰를 빌미로 박정희 정권이 “반민족적이고 사대주의적인 망동을 했다”며 김 총재를 의원직에서 제명한 것과 하등 다를 게 없다.
중요한 건 ‘국익’으로 포장된 획일이 아니다. ‘국익’의 내용을 따져보는 일이다. 여권은 야당 의원에게 ‘매국’이란 딱지를 붙이기 전에, 사드 배치 결정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뜨거운 논란에 먼저 답을 해야 마땅하다. 박 대통령은 사드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과 한 번이라도 허심탄회하게 토론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그런 과정과 절차는 깡그리 무시한 채 야당 국회의원들을 ‘국론 분열자’로 모는 건 설득력이 없다.
의원들의 베이징 방문이 야당 차원이 아닌 국회 차원에서 좀더 폭넓게 이뤄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한-중 정부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해서 국회의원이나 학자들의 교류·토론까지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수록 양쪽의 솔직하고 다양한 대화는 필요하다. 더구나 야당 의원들이 중국 학자들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이 벌떼처럼 나서 미리 공세를 가하는 배경엔 사드 논란의 초점을 돌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게 아닌가 싶다.
‘국론 통일’은 정부 입장을 국민과 야당에 강요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야당의 행동까지 끌어안아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훨씬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게 위기 상황에서 국가지도자가 취할 온당한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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