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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종인 대표의 뜬금없는 ‘주한미군 철수’ 걱정

등록 2016-08-07 18:16수정 2016-08-07 18:51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강경 발언을 잇따라 토해내고 있다. 당내에서 분출하는 사드 반대론에 대해 “당이 도로 민주당으로 가려는 것 같다”고 비판한 것을 비롯해 “한-미 동맹을 깰 생각이 없다면 양국 간 합의 사항을 어떻게 반대하느냐” 등 노골적인 사드 옹호론을 펼치고 있다. 그의 발언은 좋게 해석하자면 당의 중도 외연을 확대하고 수권정당으로서의 안정감 있는 이미지를 높이려는 행보로 읽히지만, 너무나 많은 허점과 논리적 비약을 노출하고 있다.

김 대표가 내세우는 사드 불가피론의 가장 큰 근거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다. 그는 심지어 “한-미 동맹이 손상돼 주한미군이 주둔하지 않기라도 하면 그다음 날부터 한국 경제는 무너질 것”이라는 등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김 대표가 이런 말을 하려면 한-미 동맹이 사드 배치에 대한 의견 차이 정도로 깨질 만큼 취약한지, 사드 배치가 무산되면 미국이 보복할 가능성이 있는지, 보복책 속에는 주한미군 철수도 포함돼 있는지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김 대표의 말에는 이 모든 것이 생략돼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유력 대선후보들이 사드 배치 중요성을 언급한 적도 아직은 없다. 중국의 경우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서 사드 배치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한 것과는 대비된다. 하물며 주한미군 철수 이야기는 그동안 미국 쪽에서 한 번도 들려온 바가 없다. 김 대표는 한류 행사 취소 등 가시화하고 있는 중국의 보복 움직임에 대해 “야당이 앞장서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고 말했으나, 그 자신의 주한미군 철수론이야말로 뜬금없는 호들갑이요 국민 겁주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사드 문제는 더민주가 야당으로서의 실력과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사드의 안보 실효성, 중국·러시아의 반발에 대한 분석과 대책,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명확한 의견과 대안, 미래의 비전을 밝히는 일이야말로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그리고 이런 작업을 이끌 사람은 바로 김 대표다. 그러나 더민주가 보이는 무기력증과 우왕좌왕, 자중지란은 눈 뜨고 보지 못할 지경이다. 김 대표는 ‘도로 민주당’ 운운했지만 지금의 오합지졸 더민주는 도로 민주당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다. 김 대표는 사드 반대론자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당이 이 지경이 된 책임을 통감해야 할 처지다.

김 대표가 “새 대표가 나온다고 당론이 바뀌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더욱 심각하다. 우선 묻고 싶은 것은 지금 더민주에 ‘사드 당론’이 있기나 하냐는 점이다. 사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운운하지만 그런 어정쩡한 눈치보기를 당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 같은 모습으로는 대선 과정에서 외연을 확대하기는커녕 무능하고 대안없는 야당으로 기존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리게 돼 있다. 새 대표를 중심으로 확고한 당론을 확정짓는 일은 더민주에는 발등의 불이다. 그런데도 김 대표가 미리부터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자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다. “더민주가 수권정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자각해야 한다”는 김 대표의 말은 바로 그 자신이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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