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일 여름휴가 뒤 첫 국무회의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경제 문제 등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일방통행식 자기주장, 책임 떠넘기기,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한 일장훈시 등 박 대통령 특유의 태도는 여전했다.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나 개각, 세월호특별조사위 활동 기간 연장 문제 등 민감한 국정 현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소통 부재의 국정운영 방식은 휴가 전이나 후가 전혀 바뀐 게 없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달린 문제로 바뀔 수 없는 문제”라고 다시 한 번 확실히 선을 그었다. 지난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다른 대안이 있으면 제시해보라”고 호통을 친 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라의 심장부인 수도권 방어도 못 하는 사드를 왜 배치하려는지 등 국민이 느끼는 기본적 궁금증과 의문에 성실히 답하는 자세는 없이 ‘잔말 말고 따르라’는 식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 해소책으로 고작 내놓은 것은 “지역의 대표인 국회의원들과 단체장들을 직접 만날 것”이라는 것 정도였다. 그마저 경북 성주 주민들을 직접 만나겠다는 것도 아니다. 대구·경북 지역 의원·단체장들이 거의 새누리당 출신인 점을 고려하면 이런 민심 수습책에는 더욱 쓴웃음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저도 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다”는 말로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려 한 대목은 황당하기만 하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 독재 정치로 국민의 저항이 거세지며 권력 내부에 균열이 생겨 부하에게 피살된 것이지, 국가 안보나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죽음이 아니다. 개인사를 앞세운 감정적 호소도 최소한의 맥락과 논리를 갖춰야 하는데 박 대통령의 언급은 생뚱맞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우병우 수석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직은 사퇴시킬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법인 재산 유용 등 그의 현행법 위반 혐의가 속출하는데도 박 대통령은 이를 여전히 “의로운 일”로 여기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드 배치 강행과 우 수석 비리 의혹 등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는 단지 대통령 지지율 차원을 떠나 나라가 총체적 위기임을 알리는 지표다. 도대체 나라 꼴이 얼마나 더 나빠져야 대통령이 정신을 차릴지 국민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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