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새누리당에서도 사퇴 요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겨레>가 새누리당 차기 대표 후보로 나선 6명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이정현 의원을 제외한 김용태·정병국·주호영·한선교·이주영 의원 등 5명이 모두 사퇴 불가피론을 내놓았다. 25일 열린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김영우 의원이 처음으로 우 수석의 사퇴를 공식 거론하고 나섰다. 이제는 여당 지도부도 우 수석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 수석이 민정수석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처가 부동산 특혜 거래 의혹, 농지법 위반, 가족 회사 ㈜정강을 통한 배임·횡령 의혹 등은 하나하나가 모두 공직자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7%가 우 수석이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도 우 수석은 뻔뻔하게도 그 자리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무덥고 짜증 나는 날씨에 우 수석의 버티기를 보면서 국민의 불쾌지수는 더욱 높아만 간다.
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 중에는 단순한 도덕적 흠결 차원을 넘어 형사처벌을 받을 내용도 있다. 경기도 화성시는 우 수석의 부인이 화성시 동탄면 땅에서 ‘직접 경작’을 했는지 등 농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농사를 직접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농지를 1년 안에 처분하라는 ‘농지처분 의무’가 통보된다. 소유한 차량이 한 대도 없다는 재산신고 내용과는 달리 우 수석이 현재 사는 아파트에 차량을 2대 등록해놓은 사실도 드러났다. 가족 회사 ㈜정강의 차량과 법인카드를 사용해 횡령·배임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우 수석이 계속 버틸 경우 앞으로 있을 개각의 인사검증은 우 수석의 주도하에 이뤄질 수밖에 없다. 난센스도 그런 난센스가 없다. 그런 개각 내용을 어떤 국민이 반기고 신뢰할 것인가. 인사쇄신을 통한 정국 안정은커녕 오히려 국민의 불신과 냉소는 더욱 깊어만 갈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여론에 밀려 우 수석을 사퇴시킬 경우 레임덕이 앞당겨질 것을 걱정하겠지만, 국정의 희화화야말로 레임덕을 앞당기는 최대 악재다. 박 대통령과 우 수석은 제발 정신을 차리기 바란다. 지금 국민의 불쾌지수는 위험천만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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