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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본격화하는 한-중 ‘사드 갈등’

등록 2016-07-25 17:12수정 2016-07-25 18:51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경북 성주 배치 결정 이후 처음으로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24일 밤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 쪽이 사실상 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이 본격화하는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한국 쪽이) 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입혔다”는 왕이 부장의 발언은 이제까지 한-중 관계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표현이다. 그는 나아가 두 나라의 ‘식지 않은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 쪽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것인지 물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한-중 관계가 냉랭해지더라도 대응 조처를 취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일 한·미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직후에도 “배치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제까지 정부가 설명해온 대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막으려는 자위적·방어적 조처”이며 사드는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드가 미국 주도로 한반도 배치가 결정된 전략적 무기인 이상 이런 발언으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할 수는 없다. 사드 배치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중국의 보복도 구체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중국이 어떤 방식이든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은 확실하다.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를 훼손할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최근 서해와 발해만 해역에서 대규모 실전 대항 훈련을 벌인 것을 두고 한 중화권 매체는 ‘한국의 사드 기지를 최우선으로 무력화하는 연습’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상정해 사드의 방어능력을 웃도는 공격 미사일을 배치할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이 북한·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위해 비엔티안에 온 왕이 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 2년 만에 외교장관 회담을 한 것은 상징적이다. 앞으로 중국 동북3성과 민간 차원의 대북 경협을 중앙정부가 막지 않을 가능성도 적잖다. 한-중 관계 악화와 북-중 관계 강화는 대북 제재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동북아 신냉전 구도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핵 문제를 풀기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향해 직접 경제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왕이 부장은 이례적으로 ‘한해 1천만명을 넘어선 양국의 인적 교류’를 언급했다. 중국의 공식 조처가 아니더라도 중국 내 반한 여론이 높아져 두 나라 교류가 위축될 수 있다. 산둥성 칭다오시가 27일 대구에서 열리는 치맥 페스티벌 참가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갑자기 통보해온 것이 그런 사례인지도 모른다.

‘사드 갈등’은 수교 24년을 맞은 한-중 관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며 동북아에서 우리나라의 전략적 입지도 위축시킬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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