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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또 ‘외부세력’과 ‘괴담’ 타령인가

등록 2016-07-18 18:09수정 2016-07-18 18:56

외부세력의 개입, 근거 없는 괴담의 난무, 좌파세력들의 준동…. 이 정권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되풀이하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 때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위안부 협상 타결 때도 그랬다. 아니나 다를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이 정권은 어김없이 그 레코드를 틀었다.

경북 성주에 외부세력이 끼어들어 폭력사태가 빚어졌다는 정부와 보수언론들의 주장은 사실관계부터 엉터리다.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 “내가 본 외부 사람들은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 경찰들뿐”이라는 성주 주민들의 냉소적인 증언이 이를 웅변한다. 외부세력 개입론의 밑바탕에는 성주 주민들을 ‘생각 없이 부화뇌동하는 철없는 사람들’로 깔보는 시각이 은연중 깔렸다. 요즘 인구에 회자하는 ‘개돼지론’이 여기서도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외부세력 개입론이 안고 있는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사태를 ‘성주만의 문제’, 성주 주민들의 ‘님비 현상’으로 호도하는 데 있다. 사드 배치는 성주 한 지역만의 문제도 아니고, 설사 성주 주민들이 찬성한다고 해서 끝나는 사안도 아니다. 님비 현상이란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롭지 않은 일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행동을 뜻하는데, 사드 문제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필수불가결하고 국익에 부합하는지는 성주 주민들뿐 아니라 온 국민이 ‘개입’해서 정부에 물음표를 던져야 하는 사안이다. 이를 외부세력 개입 운운해서 가로막는 것은 전형적인 초점 흐리기 전략이다.

정부의 괴담 타령도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를 놓고 잦은 말 바꾸기와 졸속 대응, 과도한 정보통제 등으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한 정부가 괴담 운운하는 것부터 적반하장이다. 사드의 위험성 문제는 단지 기자들을 시켜 전자파를 직접 측정하게 하는 따위의 보여주기식 홍보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게다가 전자파 유해 여부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쟁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중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 방위비 분담금 증가 가능성 등 ‘합리적 의문’들은 수없이 널려 있다. 이런 문제들을 모두 괴담으로 깎아내리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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