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국내 배치 결정은 국가안보에 관한 매우 중요한 정책사안임에도, 박근혜 정부는 그에 걸맞은 여론 수렴과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매번 이런 식으로 행정부가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국민을 대신해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따져보는 국회는 존재할 이유가 사라진다. 이제라도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적절하고 합리적인지 엄정하게 따지고 국민 뜻을 반영해 제어하는 게 옳다.
정부는 미국과 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해오면서 국회 국방위원회나 외교통일위원회에는 협상 진행 상황과 내용을 거의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드 배치를 공식화한 뒤엔 ‘주한미군 무기 배치에 관한 사항이므로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매우 잘못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설령 사드가 미국 무기체계 범주에 포함된다 할지라도 동북아 정세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사안임을 고려하면, 국회에서 우리 영토 배치에 관한 심도 있는 토론과 검증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장기적으로 사드 유지엔 우리 정부의 예산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상·하원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관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을 텐데, 정작 우리나라 국회는 행정부의 사후 통보만 받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면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말할 수 없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적극 나서 사드 배치에 관한 정부 주장의 허실을 엄정하게 따지고 배치 강행을 제어해야 할 것이다. 국가 이익과 국민 안전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을 행정부 단독으로 결정하고 진행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4월 총선에서 국민이 ‘여소야대’를 만들어준 이유도 바로 이런 걸 하라는 데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정부 결정을 열렬히 지지하니, 문제점을 파헤칠 일차적 책임은 야당에 있다. 그런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드 배치를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니 매우 실망스럽다. 김종인 대표는 사드 배치가 ‘국회 비준이나 국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는데, 그렇게 미리 못박을 계제가 아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처럼 국회 비준을 받는 게 타당한지 국회는 면밀하고 신중하게 검토를 해야 한다. 중요한 건, 국민의 뜻이 사드 배치와 같은 중대한 정책 결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일이다. 국회 역할이 바로 그런 것이고, 그래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슈사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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