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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월호 보도 압력’ 이정현 의원이 당대표 출마라니

등록 2016-07-05 17:39수정 2016-07-05 18:41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에게 세월호 보도 압력을 넣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의 요즘 행동을 보면, 잘못했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는 녹취록 공개 이후에도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고 있다.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국민과 세월호 유족에게 사죄하고 뒤로 물러나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당당하게 당원들의 평가를 받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이정현 의원은 파문 직후엔 “통화가 지나쳤다. 부덕한 나의 불찰이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청와대가 “홍보수석으로 통상적인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밝히자 이 의원 역시 공세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그는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오해 여하를 떠나 물의를 일으킨 건 정치인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국방송 보도국장에게 압력을 넣은 걸 사과한 게 아니라, 이런 내용이 공개돼 ‘물의’를 빚은 게 죄송하다는 얘기다. ‘정확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려는’ 행동이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쯤 되면 뻔뻔함이 도를 넘었다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 이후에도 전국을 돌며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다닌다는 대목에 이르러선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벤트 정치, 이미지 정치가 얼마나 국민 비웃음을 사는지 정치인만 모르는 것 같다”고 썼다. 권력이 방송 보도에 개입하는 ‘범죄’를 저질렀는데, 반성은커녕 오히려 정치 공세라고 반격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이유 중 하나는, 친박 의원들이 오로지 대통령 심기만 신경 쓰고 민심과 당심을 외면했던 데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입안의 혀’처럼 굴던 이 의원이 이번에 당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겠다고 나서다니, 이런 코미디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이 의원은 이번 파문으로 충성심을 분명히 보여줬으니 친박의 절대적 지지를 받을 기회라 생각할는지 모르겠다. 큰 착각이고 오산이다.

이 의원은 지금이라도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국민과 세월호 유족에게 진심으로 머리를 숙여야 한다.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돌아다닐 계제가 아니다. 방송 편성에 부당하게 개입해 법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선 오히려 검찰 수사를 기다리는 게 올바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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