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공개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전 <한국방송> 보도국장의 통화 녹취록을 읽어보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작업이 왜 벽에 부딪혀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당시 청와대와 정부는 참사의 책임이 해경 등 정부 쪽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 결사적으로 덤볐다. ‘박근혜 책임론’에 방어막을 치기 위한 것이었음은 물론이거니와 박 대통령 자신도 이를 위해 방송 뉴스 등 언론까지 통제하려 했음을 녹취록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해경과 검찰 등 정부기관들도 이후 세월호특별조사위 활동에 일제히 협조를 거부했고, 여당은 법 개정을 가로막고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전 수석은 참사 뒤 보름가량 지난 2014년 4월30일 밤 김 국장에게 전화해 “(대통령님이) 케이비에스를 오늘 봤네”라며 해군과 해경이 사고 초기 시간을 허비했다는 기사의 교체를 요구했고 실제 심야뉴스에서 빠졌다. 앞서 4월21일엔 해경 비판 기사에 대해 “그놈들(선원들) 잘못”이라며 “해경을 지금 밟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졌다.
참사 당일 청와대 안보실은 해경에 구조 독려는커녕 대통령에게 보고할 영상을 찍어 보낼 것을 요구했고,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주변에 50여척의 어선까지 대기 중인 상황에서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 잘 아는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기에 그처럼 결사적으로 방송을 통제하고 진상조사를 방해해왔을 가능성이 짙다. 녹취록은 박 대통령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세월호특조위 연장은 물론 진상 규명조차 불가능함을 잘 보여준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더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겠다는 헛꿈을 버리고 특위 시한 연장과 함께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또 일각의 개혁 피로증에 기대어 유족들의 호소와 조사위 활동을 폄훼해온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도 지금까지의 보도태도를 성찰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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