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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거부권’ 앞장서는 여당 원내대표, 볼썽사납다

등록 2016-05-24 19:20수정 2016-05-24 23:17

청와대가 국회 상임위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한발 더 다가선 느낌이다. 청와대는 24일 국회로부터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여부에 대한 법리 검토를 법제처에 지시했다. 이와 별도로 이 법안을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하는 게 가능한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어느 쪽이든 ‘청문회 활성화’를 담은 국회법 개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국회가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데도 ‘행정부가 마비된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반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과 편협함이 놀랍다.

더 볼썽사나운 건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태도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에 터부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야당에서는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협치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한 거나 다름없다. 여야가 합의했던 법안을 거부하라고 여당 원내대표가 주장하다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정 원내대표는 입법부의 교섭단체 대표가 과연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이 정의화 국회의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상정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청문회 활성화 방안은 2008년에 여야 추천 인사들로 구성된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회’에서 처음 만들어져 국회의장과 여야 정당에 제안됐던 것이다. 오랜 논의와 수정을 거친 개선안은 지난해 여야 합의로 국회 운영위와 법사위를 비로소 통과했다.

그런데 그렇게 개선안에 합의했던 새누리당의 원내대표가 이제 와서 전혀 뜻밖의 법안이 통과된 듯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건 말이 되질 않는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해 개정안 합의는 내가 한 게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나, 원내대표가 바뀌었다고 합의를 번복한다면 집권여당의 신뢰는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대신해 거부권 행사의 총대를 멤으로써, 심각한 당내 갈등을 진정시키려는 나름의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집권여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대리인이 아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든 당내 문제든 원칙과 소신을 갖고 행동해야지, 청와대 눈치를 보며 작은 이익을 탐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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