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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거부당한 옥시의 부실하고 뒤늦은 사과

등록 2016-05-02 19:10수정 2016-05-03 08:57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안을 내놨다.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시작한 지 15년 만이고,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5년 만이다. 아타 사프달 옥시 한국법인 대표의 기자회견 도중 피해자와 가족들이 나와 “이제 사과하면 뭐 하냐” “죽은 아이를 어떻게 살려낼 것이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침묵하다가 사과하는 것은 쇼에 불과하다. 파렴치한 살인 기업 옥시의 사과는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인 뒤 나온 사과는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옥시의 사과는 시점이 너무 늦었을 뿐 아니라 내용도 부실했다. 사프달 대표는 사과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충분하고 완전한 보상안을 마련하고자 발표가 늦어졌다”고 말했지만, 그가 밝힌 보상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7월까지 구성해 여기서 보상 계획과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위한 이른바 ‘인도적 기금’ 100억원도 이미 나온 얘기다. 50억원은 2013년 국정감사 때 출연하기로 한 것이고, 나머지 50억원도 지난달 21일 피해자와 가족들을 격분시킨 ‘이메일 사과’에서 제시한 것이다.

옥시는 그동안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프달 대표는 “정부의 조사 외에 그간 자체적인 조사를 하지 않아 따로 집계한 피해 규모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의 은폐·조작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는 밝히지 않은 채 “죄송하다” “사죄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솔직한 고백이 없는 사과는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다. 또 기자회견장엔 영국 본사의 임직원이 단 한 명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한국법인을 전면에 내세워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피해자와 가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영국 본사 시이오(CEO)를 비롯해 이사진 8명 전원을 살인죄와 살인 교사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번주부터 옥시의 임직원들을 본격적으로 소환 조사한다고 한다.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여야 정치권도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약속한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정과 청문회 개최를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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