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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습기 살균제 분노’에 기름 붓는 업체들 행태

등록 2016-05-01 19:19

대형마트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제품 판촉행사를 벌여 물의를 빚고 있다. 언론 보도 뒤 비판 여론이 들끓자 1일 행사를 서둘러 중단했지만, 여전히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무신경과 안이한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롯데마트·홈플러스·이마트는 지난달 21일부터 매장에 별도의 진열대를 마련해놓고 옥시 등 생활용품들을 가격 할인이나 ‘1+1’로 판매하는 판촉행사를 진행했다. 대형마트들은 “오래전부터 계획된 행사였고 여러 브랜드들이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문제될지 몰랐다”고 설명했지만, 군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검찰 수사로 옥시의 부도덕한 행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이미 ‘옥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또 일부 약국들은 안내문을 붙이고 옥시가 생산하는 개비스콘·스트렙실 등 약품 판매를 거부했다. 대한약사회 전국 16개 시도지부장협의회도 성명을 내어 “옥시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유사한 사례들의 재발 방지를 위해 우리 약사들은 국민과 함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들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옥시와 함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판촉행사를 한 데 대해서는 도덕적 불감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업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각각 지난달 18일과 26일 대표이사들이 나서 직접 사과까지 한 터이다. 사과의 진정성을 믿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옥시의 무성의한 태도 또한 피해자들과 가족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옥시는 지난달 21일 홍보대행사를 통해 기자들에게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하여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한 통 보냈을 뿐이다. “좀더 일찍 소통하지 못해 죄송하며 이미 기탁한 인도적 기금 50억원에 더해 추가로 50억원을 출연하겠다”는 내용이다.

옥시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입장을 밝힌다. 갈수록 비판 여론이 커지고 정치권까지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야당이 특별법 제정과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기로 하자 여당도 동참하기로 했다. 옥시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한 점 숨김없이 진상을 공개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게 피해자들의 희생에 조금이나마 사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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