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아성인 대구에서 31년 만에 처음으로 정통 야당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또 야당 성향 무소속과,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 대립했던 무소속 의원이 당선됐다. 대구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하지 못하고 이렇게 고전한 건 놀라운 일이다.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핵심 지지층에서도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라 할 수 있다.
역대 총선과 대선에서 대구는 여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거둔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1997년 이후엔 박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기반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박 대통령의 노골적인 지지 호소에도 불구하고, 대구 민심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수성갑)와 홍의락 무소속 후보(북구을)에게 지지를 보냈다. 대구에서 야당 의원이 당선된 건 1985년 12대 총선 이후 처음이다.
물론 김부겸 후보의 당선 배경엔, 인물에 대한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야당이란 이유만으로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김 후보를 떨어뜨린 데 대한 대구 시민의 미안함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부겸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더민주에서 탈당한 홍의락 무소속 후보까지 당선시킨 걸 보면, 강고하던 지역감정의 벽이 이젠 허물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구뿐 아니라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김영춘 후보(부산진갑)를 비롯해서 10명 가까운 야권 후보가 한꺼번에 당선됐다. 또한 호남에선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이 재선에 성공했고, 정운천 후보도 전북의 중심인 전주에서 귀중한 한 석을 따냈다. 이런 현상은 우리 정치를 옥죄어왔던 지역구도의 완화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김부겸·홍의락 후보 당선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의 실망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잘 보여준다. 박 대통령에게 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에게 대구 시민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록 새누리당이 유 의원 지역구에 공천하지 않은 결과지만, 후보를 냈더라도 현재 분위기로는 유 의원의 승리를 막지 못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드러난 대구 민심의 이반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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