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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을 심판했다

등록 2016-04-13 23:35수정 2016-04-14 00:50

제20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한마디로 현 정권에 대한 가혹한 심판이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 구도가 재현됐다. 새누리당은 민심의 잣대라 할 서울과 수도권에서 거의 초토화되었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텃밭인 대구와 경북, 부산과 경남에서도 야당과 무소속에 다수 의석을 내주었다.

새누리당의 참패는 야권분열이라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야권 후보들의 난립으로 어부지리를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면서 새누리당은 한때 독자적 개헌 가능선 확보까지 넘보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딴판이었다. 새누리당은 단지 전체 의석수뿐 아니라 질적인 내용 면에서도 완패했다.

이런 총선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의 엄중한 심판이기도 하다. 물론 새누리당 후보 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각종 잡음에 실망해 기존의 지지자들이 등을 돌린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 자체가 박 대통령의 작품인 것을 고려하면, 새누리당의 참패는 바로 박 대통령에 대한 염증과 실망감의 표출임이 분명하다. 박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을 구실로 초접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했고, 선거 전날까지도 국무회의에서 야당 심판론을 소리 높이 외쳤으나, 유권자들은 도리어 박 대통령을 심판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동안 ‘선거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들어가며 선거 때마다 승승장구해온 박 대통령은 민심의 거센 직격탄을 맞았다.

‘선거의 여왕’에 대한 민심의 직격탄

유권자들이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나라를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박 대통령에게는 줄곧 오만과 불통의 리더십 비판이 끊이지 않았으나 쇠귀에 경 읽기였다. 결국 유권자들은 ‘말로 해서는 듣지 않는’ 박 대통령에게 표를 통해 명확한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이번 총선으로 박 대통령은 국정 장악력을 급속히 상실하면서 남은 임기 동안 국정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나아갈 방향은 오직 한가지다.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서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비롯해 경제, 외교·안보, 남북관계 등 곳곳에서 시대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온 행태를 중단하고 국정운영 궤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 그것이 남은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는 길이다. 아직도 그릇된 자신감과 판단 착오에 빠져 오만과 고집을 계속 부리려 할 경우 더욱 헤어나오기 힘든 늪에 빠질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야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메시지는 매우 미묘하고도 복잡하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에 완패를 당했으나 수도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예상외로 선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런 승리는 자체의 힘으로 거둔 것이라기보다 현 정권에 대한 거센 민심이반의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사상 최악의 야권분열 사태 속에서도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당에 몰표를 안겨준 것은 그만큼 현 정권에 대한 응징 기류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더민주는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호남에서 확인된 더민주에 대한 ‘민심 이반’의 의미를 정확히 되짚어봐야 한다.

‘교차 투표’로 야권도 견제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이 수도권 등에서 지역구 후보는 더민주 후보를 찍으면서도 정당 투표에서는 국민의당을 찍는 ‘교차 투표’를 한 흔적이 뚜렷하다. 이는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이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더민주 후보에게 전략적 투표를 하면서도, 그렇다고 더민주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사 표시를 명확히 한 것이다. 그 결과 정당 투표에서는 더민주가 오히려 국민의당에 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더민주로서는 매우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국민의당 역시 확고한 3당 구도를 만들며 ‘대약진’을 했다고 환호할지 모르지만 실제 총선 결과를 들여다보면 결코 그럴 형편이 못 된다.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 말고 다른 지역에서는 안철수 대표 등 극소수를 빼고는 거의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지역구만으로 볼 때는 호남당에 불과할 뿐 전국정당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호남에서의 승리 역시 이곳 유권자들의 ‘반문재인 정서’에 기대 이룬 승리일 뿐 안 대표가 내세운 ‘새정치’ 등이 호소력을 발휘한 결과가 아닌 것 또한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참으로 오묘하다. 현 정권을 확실히 응징하면서도 야당한테도 절대적 지지를 보내지 않는 균형감 있는 표심을 보여줬다고 분석할 수 있다. 정치권은 이런 민심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특히 야권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해석하는 우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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