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국정 교과서인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역사) 교과서에 오류가 많고, 서술 내용도 그 전 교과서에 견줘 박정희 정부에 매우 우호적인 쪽으로 바뀌었다. 역사 단체들이 일제히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할 만하다.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여 서술 작업에 들어간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가 어떤 모습이 될지 미리 보는 듯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역사교육연대회의가 새 학기부터 쓰게 될 사회 교과서 최종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기초적인 역사적 사실 오류만도 93군데에 이른다. 양반계층이 사치품으로 쓰던 청화백자와 나전칠기 등을 서민 문화로 소개한 것이나, 민중 사이에 널리 퍼졌던 동학사상을 당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고 서술한 것 등이 그 예다. 갑작스레 많은 내용을 고치려다 생긴 것이겠지만, 일부러 잘못 쓴 것 아닌가 의심스러운 대목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편향성이다. 새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으로 바꿔, 이른바 뉴라이트의 ‘1948년 건국’론을 반영했다. 박정희 정권에 대해서는 독재와 인권탄압을 간략히 처리하고 경제성장은 집중적으로 서술했다. 당시 발생한 사회문제 서술에선 ‘빈부 격차’만 뺐다. 전두환 정권 대목에선 ‘군사 독재’란 표현을 없앴다. 이승만·박정희 정부(대통령)에 대해서는 각각 14번, 12번 언급하면서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이나 정부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초등 교과서는 지금도 국정 체제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교과서 서술에 정부의 입김을 반영하기 쉬운 구조다. 그런 까닭에 이번에 고쳐 발행한 6학년 사회 교과서는 국정 중·고교 역사 교과서의 서술 방향을 미리 보여주는 시험판으로 주목돼 왔다. 결과물을 보니 참담하다. 역사 교육의 철학은 사라지고, 권력의 입맛에 맞게 역사 서술을 재단한 흔적이 곳곳에 역력하다.
정부는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내년부터 사용하기로 했다. 집필진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집필 기간도 매우 짧다. 초등 6학년 사회 교과서의 서술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고 비판하고 판단하고, 이를 통해 창조성과 상상력을 길러줘야 할 역사 교육이 망가질 것이 불 보듯 하다.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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