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돈의 70%가 노동당 서기실에 상납돼 핵·미사일 개발에 쓰이고 있다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주장은 이 정부의 자가당착과 갈팡질팡, 갖다 붙이기식 논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국가 운영을 책임진 정부가 최소한의 일관성이나 논리마저 내팽개친 채 자신들의 실책 감추기에만 급급한 모습이 참으로 딱하다.
홍 장관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된 확인된 자료가 없다고 하더니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홍 장관의 발언은 지난달 22일 통일부 새해 업무보고에서 자신이 한 말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홍 장관은 당시 업무보고에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현 정부 통일정책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으면서 앞으로도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유입된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보고를 했다면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사태다. 통일부 업무보고 내용을 다른 말로 바꾸어 보면 “안정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을 유입시키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홍 장관의 이번 주장은 국제적 말썽의 소지마저 크게 안고 있다. 2013년 3월7일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2094호는 핵과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 개발 전용 가능성이 있는 다액의 금융자산 이동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결의안 이행보고서에서 “한국 기업들이 북한과 그런 비즈니스를 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이런 난처한 상황에 빠진 이유는 자명하다. 개성공단의 갑작스러운 중단으로 후폭풍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궁지를 모면하려다 보니 스스로 자가당착의 덫에 빠져버린 것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돈 중 일부 액수가 전용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물론 힘들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개성공단 임금의 70%가 모두 핵·미사일 개발에 쓰인다는 게 억지 논리라는 것은 홍 장관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정부가 이런 억지 주장으로 자신들의 실책과 판단력 부족을 숨기려 들수록 나라는 더욱 깊은 나락에 빠져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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