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폐쇄 결정의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군사 대치 심화를 비롯해 남북 관계가 전면 대결 구도로 바뀌고, 공단 관련 기업의 직접 피해를 포함한 우리 경제의 손실도 만만찮다.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에서도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조짐이 보인다.
북한이 11일 오후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고 남북 사이 모든 연락 통로를 끊은 것은 남북 관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짐작하게 한다. 공단과 부근 지역이 유사시 북한군의 최우선 남침 통로이자 3개 사단 병력이 주둔했던 곳임을 생각하면 다시 군사기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군사적 완충지대로서 공단이 수행했던 안전판 기능이 사라지는 것이다. 북쪽은 공단 폐쇄를 ‘남북 관계의 마지막 명줄을 끊는 파탄선언이자 한반도를 대결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선전포고’라고 표현했다. 북쪽 특유의 과장을 고려하더라도 공단 폐쇄가 그런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북쪽의 거센 반발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힘에는 힘으로 맞설 뿐 정세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모습과 갑작스런 공단 폐쇄 결정 과정을 보면 일부러 남북 대결 구조를 강화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앞으로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을 비롯해 대북 무력시위가 줄줄이 예정돼 있기도 하다.
공단 폐쇄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를 유도할 수 있는 ‘선제적 독자 제재’의 일환이라는 정부 주장도 근거가 약하다. 공단 폐쇄 결정 직후 독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안보와 관련된 조처를 취하는 데서 주변국의 이해와 우려를 감안해 신중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단 폐쇄 결정과 한·미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협의 등을 우려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남북 관계가 나빠질수록 중국의 경계심도 더 커지고, 이는 핵·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북한 관련 사안의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 미국 국무부 또한 공단 폐쇄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두 개가 연결돼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지금 남북 관계는 마지막 보루였던 개성공단까지 문을 닫음으로써 모든 대화와 교류·협력이 끊긴 채 전면적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도 인정하듯이 이제 남북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조성돼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태를 진정시키려 하기는커녕 오히려 위기의식을 부추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앞뒤도 맞지 않고 목표가 뭔지도 알 수 없는 결정을 내려놓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국민이 모든 부담을 지라는 식이다. 이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행태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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