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내부의 진흙탕 싸움이 도를 넘었다. 매일 서로를 손가락질하고 헐뜯기 바쁘다. 포지티브 경쟁은 사라지고 오직 네거티브 싸움만이 난무한다.
최근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공격에 더 열을 올리는 쪽은 국민의당이다. 한때는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신당을 향해 “호남팔이” 따위의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으나 최근에는 국민의당이 훨씬 더 공격적이다. 더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을 두고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라고 비난한 것이나, 이종걸 더민주당 원내대표의 비대위 배제를 두고 “친노 패권주의의 극단” 등으로 맹비난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야당이 분열한 상황에서 양쪽의 싸움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싸울 때 싸워도 최소한의 품격이라도 유지하면 좋을 텐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켜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경쟁이 아니라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내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려는 지질한 싸움이다. 눈을 지역으로 돌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회의원 자리를 놓고 야권 출신 정치인들끼리의 사생결단식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비판을 더 받아야 할 쪽은 국민의당이다. 이는 단지 신당이 더민주당보다 더 공격적이라는 이유만이 아니다. 사실 신당 출현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사람들은 새로운 다자구도 정당 체제가 잘만 가동되면 기존의 양당 체제가 담아내지 못한 정치적 열망을 수용하고, 정당끼리의 정책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야권 전체의 외연을 넓힐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하는 모습을 보면 선의의 정책 경쟁을 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상대방 헐뜯기에 더 힘을 쏟고 있다. 국민의당이 애초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 것이 ‘새정치’인 점까지 고려하면 이런 구태정치는 더욱 실망스럽다.
야권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싸움은 남을 깎아내려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유권자들에게 증명하는 싸움이 돼야 한다. 호남이라는 야권의 텃밭을 서로 차지하려는 싸움이 아니라 여권의 안마당을 공략하는 경쟁이 돼야 한다. 지금처럼 진흙탕 싸움을 계속해서는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우기는커녕 그나마 손바닥만한 지지마저 잃고 공멸하게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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