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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근시안적 대응’ 아닌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등록 2016-01-08 18:30수정 2016-01-08 18:32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놓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8일 정오 휴전선 일대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남북 사이 긴장과 부근에 사는 주민의 불안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정세를 악화시키고 국제공조를 흩뜨릴 이런 근시안적 대응이 아니라 비핵화를 이뤄낼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확성기 방송은 잘못이다. 우선 핵실험 대응과 핵문제 해법 모색에 모아지던 국제적인 관심의 초점이 상당 부분 남북 갈등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 혼자서 북한 핵 문제를 풀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분명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실제로 남북 사이 충돌이 발생한다면 국제공조는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영국 외무장관이 우리 정부에 자제를 촉구한 것은 그런 우려를 반영한다. 무엇을 위한 방송인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막연하게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방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목적이 핵 문제 해결을 뜻한다면 너무 비현실적이다. 어떻게 따지더라도 확성기 방송은 앞뒤를 가리지 않는 분풀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됐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은 단순한 대북 응징을 넘어서 핵문제 해결 노력과 결합돼야 한다. 당연히 이전의 실패를 뛰어넘는 비핵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첫째 원칙은 잘 조율된 국제공조다. 먼저 제재를 비롯한 대북 접근에서 준거점이 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공동 행보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미국·중국 등 6자회담 참가국의 긴밀한 논의가 중요하다. 이번 확성기 방송 재개와 같은 각국의 돌출 행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핵 문제 해법을 도출하는 과정은 대북 제재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은 각각 상대의 책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이 사실상 실패했다며 대북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반면, 중국은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에 힘을 기울이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정답은 양쪽 생각을 발전적으로 통합하는 데 있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라는 사실상의 방관 정책에서 벗어나 북한과 실질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 또 중국은 핵 협상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대북 접근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 두 나라가 동일한 목표 아래 힘을 모으는 것이 전제가 된다.

정부는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거기에다 대북 대화 통로를 넓혀 북한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이런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바로 전략적 접근이다. 이에 비춰 보면 확성기 방송 재개는 해법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북한이 지구촌에 위협이 되는 핵실험을 한 이상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는 피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근본적인 핵 문제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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