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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국사 초보’ 교사의 집필진 선정 소동

등록 2015-12-11 18:30

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친 지 아홉 달밖에 안 된 교사가 국정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47명에 포함됐다가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10일 밤 사퇴했다. 역사학계와 교육현장의 반대로 정상적인 집필진 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도 집필진 공모를 강행했던 정부가 또 우스운 꼴을 보이고 만 것이다.

해당 교사를 모독할 의도는 없다. 실업계 고교에서 9년간 상업 과목을 가르쳤지만 별도로 한국사를 공부해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지난 3월부터 한국사 과목도 가르치기 시작했다니 열정을 가진 교사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에 참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학문적인 깊이로 따지자면 훨씬 탁월한 교수와 연구자들이 있을 테고, 현장교육 경험으로 따지자면 훨씬 연륜 있는 교사들이 있을 것이다. 검정 교과서 집필진에는 보통 10년 이상의 교육 경험을 지닌 교사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결국, 충분한 자격을 갖춘 학자와 교사들이 집필진 공모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초보 교사를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달 집필진 구성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검정 교과서보다 많은 집필인력과 학계의 명망 높은 전문가로 집필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보면 국민을 향해 거짓말을 한 꼴이다.

이제 나머지 집필진 46명은 과연 어떤 면면일지 의구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복면 속에 숨은 ‘깜깜이 집필진’이 실제로 자격 미달의 ‘황당 집필진’일 것이라는 의혹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역사교육을 바로잡겠다며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이런 집필진으로 어떻게 역사를 올바로 기술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모두가 시대를 거스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대통령의 뜻만 좇아 억지로 추진하다 보니 생긴 웃지 못할 희극이다. 가뜩이나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국제적인 비판 대상이 됐는데, 잇따른 무리수로 나라 꼴은 갈수록 망가지고 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국정화를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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