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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거국적인 반대에도 기어코 국정화 강행하려는가

등록 2015-11-01 18:42

주말 서울시내에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크고 작은 집회와 서명운동 등이 벌어졌고, 대학생과 청소년들도 촛불과 펼침막을 들었다. 절반 이상의 국민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여럿이니, 정권 마음대로 역사책을 만들고 독점하는 데 반대한다는 외침은 집회 참여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이미 국민 절대다수의 함성이다.

그런 목소리에는 보수도 진보도 따로 없다. 전국 곳곳의 대학과 연구소에 재직하는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잇따라 국정화 반대 성명을 냈고, 28개 역사 관련 주요 학회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10월30일 열린 전국역사학대회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 철회와 국정 역사교과서 제작 불참을 촉구하고 결의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들 대학이나 연구소, 학회에 진보 성향 학자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연구 분야를 망라한 학계 모두가 반대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보수 정부에서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내는 등의 원로 학자들까지도 국정화를 말리고 있는 터다. 31일에는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이 연구실을 나와 반대집회를 열었다. 혼자 연구하는 게 일반적인 역사학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역사의 기록자인 역사학자들이 다들 입을 모아 ‘국정화만은 안 된다’고 한다면 귀를 기울이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도통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 되레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역사교과서 집필자의 80%가 편향됐다”거나 “역사학자 90%가 좌파”라고 앞장서 매도했다. 버젓이 정부의 검정을 거친 현행 교과서를 두고 없는 사실까지 지어내면서 색깔을 칠하려 하기도 했다. 핏발 선 선동이나 다름없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대에서 열린 전국역사학대회에는 보수단체 회원이라는 사람들이 난입해 학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했다. 상식과 이성을 우격다짐과 삿대질, 발길질로 틀어막으려 한 것이다. 합리적 보수와 상식적 대화는 사라지고, 벌거벗은 증오와 막말로 반대자들을 공격하는 극단의 행태만 횡행한다.

이렇게 나라를 분열과 혼란으로 몰아넣고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얻으려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갈등이 어설픈 정치적 계산이나 잘못된 생각을 맹신하고 고집한 데서 비롯됐다면 이제라도 접는 게 옳다. 앞으로의 갈등과 후유증은 국가적으로도 불행하고 불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주로 예정된 국정교과서 전환 확정 고시 방침부터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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