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최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롯데그룹의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뼈대는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한편, 순환출자를 비롯한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일 조처를 이른 시일 안에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연말까지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덧붙였다. 꽤 의미있는 내용이다. 이대로 되면 롯데그룹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롯데그룹 내분이 완전히 정리된 상태는 아니다.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호텔롯데 주요 주주인 L투자회사에 대한 이의신청 성격의 등기 변경 신청 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 회장의 사과문 발표를 계기로 분쟁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크다.
보름 가까이 진행된 롯데 사태는 많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총수 가족들이 2.4%밖에 되지 않는 지분으로 국내 5위 그룹을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들에게는 80개 계열사 9만5000명에 이르는 임직원들은 물론, 나라 경제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황제경영이란 말이 지나치지 않았다.
신 회장은 사과문 발표를 계기로 이런 일그러진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해소 방안 등을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만일 어제 발표 내용이 지금의 위기를 넘기고 보자는 꼼수로 드러난다면 롯데그룹은 국민의 지탄과 외면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왕 말을 꺼낸 이상 지주회사로의 전환도 앞당길 필요가 있다. 2018년까지 2만4000명의 청년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겠다던 며칠 전 발표도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롯데그룹이 약속 이행을 통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참다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정부와 정치권도 할 일이 있다. 롯데 사태를 겪으면서 재벌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진 만큼 걸맞은 조처를 취해야 한다. 이미 밝힌 대로 상법 개정에 나서야 할 때다.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 공정거래법 손질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방안 논의도 필요하다. 총수 일가의 불법행위에 엄정 대처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총수 리스크’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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