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5일 국회법 개정안의 문구를 최종 확정해 법안을 정부로 이송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을 새정치민주연합 쪽도 받아들여 확정된 법안은,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애초 여야 합의 개정법안 문구 중 ‘요구’를 ‘요청’으로 바꾼 것 등을 뼈대로 하고 있다.
사실 ‘요구’와 ‘요청’의 법률적 차이가 무엇인지는 매우 의아스럽다. 표현의 수위는 다소 다르지만 행정부가 국회의 말을 듣지 않아도 강제할 수단이 없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야가 표현을 누그러뜨린 것은 청와대가 위헌이니 삼권분립 위반이니 하는 트집을 잡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시비를 확실히 차단하기 위해서다.
여야가 전례 없이 국회의장 중재안까지 받아들여 법안의 문구를 수정한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은 더욱 적어졌다. 사실 여야의 국회의장 중재안 합의는 마냥 칭찬만 하기에는 곤란한 구석도 없지 않다. 여야가 협상을 통해 합의처리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들먹인다고 입법부의 수장이 중재안을 만들고, 여기에 여야가 따르는 것이 과연 삼권분립의 취지에 부합하느냐 하는 따위의 의문도 든다. 그럼에도 여야가 초당적 합의를 이룬 것은, 현시점에서 국회와 정부가 갈등과 대립을 빚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일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 이런 선의를 무시하고 고집을 부릴 경우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일 뿐 아니라 타격을 받을 사람은 바로 박 대통령 자신이다.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위헌 소지를 확실히 없앴다고 말했는데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회는 재의결 절차를 밟는 게 정상이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는 더욱 나빠지고, 가뜩이나 메르스 사태 등으로 어수선한 나라 꼴은 더욱 엉망이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신경을 써야 할 것은 거부권 행사가 아니라 오히려 국회법 개정을 촉발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손질하는 일이다. 진상조사의 핵심 업무를 조사1과에 몰아주고 과장을 검찰 공무원으로 임명하도록 한 것 등은 민간 차원의 진상규명이라는 특별법의 제정 취지나 위임 한계를 분명히 벗어나는 것이다. ‘꼼수 시행령’ ‘법 위의 시행령’의 표본이 바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이다. 더 늦기 전에 잘못된 시행령을 한시바삐 바로잡기 바란다. 야당 역시 국회의장 중재안 수용이라는 양보를 한 만큼 이 대목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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