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열어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가동을 영구정지(폐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고리 1호기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사회 일정이 남아 있지만, 한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서 정부 권고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산 기장군의 고리 1호기는 국내 37년 원전 역사상 첫 폐로의 길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담긴 의미는 작지 않다. 규모 확대에 치중해온 원전 정책과 ‘원전 마피아’에는 어찌됐든 전환점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애초 2007년 설계수명이 끝났다. 하지만 2008년 정부로부터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2017년까지 수명이 연장됐으며 이번에 2차 수명 연장을 추진해왔다. 국내에서 처음 지어진 원전이어서인지 고리 1호기는 그동안 고장이 잦았다. 운전을 시작한 뒤 모두 130여차례 사고가 일어났다. 이는 국내 원전 사고의 20%에 이르는 것이다.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와 사고 은폐 등의 추문도 잇따랐다.
이러니 원전 반경 30㎞ 안에 거주하는 350만명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원전 사고의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폐로 운동이 이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는 지역 단체장과 정치인까지 가세했다. 고리 1호기 폐로를 두고 여론의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힘을 보탰다. 고리 1호기 폐로 권고는 이래저래 적절한 조처라고 본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 무엇보다 후속 조처에 만전을 꾀해야 한다. 원전 해체 작업에는 적어도 15년 이상 걸리고 비용도 꽤 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게다가 처음 하는 일이어서 만만찮은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 등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폐로 권고가 나온 이상 고리 1호기의 가동 중단 시점(2017년)을 앞당기는 것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참에 원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경제성 등을 이유로 원전을 계속 늘려가겠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폐로 비용 따위를 생각하면 원전이 싼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소련 체르노빌 사례 등에서 보듯 한번 큰 사고가 나면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을 낳는다. 그런 만큼 며칠 전 발표한 원전 2기 추가 건설 계획은 거둬들어야 한다. 고리 1호기처럼 수명이 다해가는 원전들을 폐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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