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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최악의 상황 염두에 둔 선제대응 필요하다

등록 2015-06-05 18:28수정 2015-06-05 22:26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의사가 미열과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난 상태로 시민 1500여명이 모인 행사에 참석하고 또 다른 환자는 평택~서울 간 시외버스를 타는 등 불특정 다수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메르스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2·3차 감염은 모두 병원 안에서 이뤄졌지만 이제 병원 밖의 일반 지역사회에서도 전염이 퍼질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이 현실화한다면 방역망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고 메르스 전염은 통제불능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선제대응이 화급한 시점이다.

이럴수록 더 과감하고 공격적인 확산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첫번째 환자를 비롯해 30명의 환자가 나온 평택성모병원의 실명을 5일 공개하고 지난달 15~29일 이 병원을 방문한 이들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자진 신고도 당부했다. 진작에 취했어야 할 조처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최초 환자에 대한 접촉자 그룹의 일부 누락”에 대해 사과까지 해놓고 여지껏 과감한 후속조처를 머뭇거리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그런데 정부의 태도를 보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 문 장관은 서울시가 메르스에 감염된 의사의 동선을 공개하고 그와 같은 행사에 참석했던 시민들을 자가격리하기로 한 것을 ‘과도한 대응’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심환자의 범위를 최대한 확대해 공세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의 압둘아지즈 압둘라 빈사이드 차관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메르스가 다른 사람에게 주로 전염되는 시기는 확진 뒤가 아니라 열과 기침 같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때부터 감염이 확인되는 시기까지”라며 의심 단계의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은 ‘미온적 대응’을 걱정해야 할 때이지 ‘과잉 대응’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감염이 지역사회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 아닌가. 오히려 감염병 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 “현재 주의 단계이지만 업그레이드된 주의 단계”라는 정부의 궁색한 설명은 국민의 신뢰만 더 해칠 뿐이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라는 경보 기준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투입해 그런 사태를 막는 것이 정책적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무더기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까지 상정하고 진단·치료를 위한 대비책을 세워놔야 한다. 지금도 현장에서는 대학병원과 보건소가 서로 환자 진단을 떠넘긴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증상이 느껴지면 어디부터 찾아갈 것인지 진단·치료 계통부터 지역별로 명확히 정리해 국민에게 공지해야 한다. 환자 급증에 대비해 치료 병상과 의료진도 확보해둬야 한다. 의료진 보호를 위한 장비와 매뉴얼도 정비해야 한다. 만시지탄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래픽 뉴스] ‘메르스 대란’, 당신이 꼭 알아야 할 1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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