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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회법 빌미로 한 ‘새누리당 권력투쟁’

등록 2015-06-02 18:58수정 2015-06-25 15:46

정부 시행령 등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이 내부적으로 큰 갈등을 겪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이 주도하는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주최로 2일 열린 세미나는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집중 성토장이었다. 친박계 의원들은 새 국회법이 위헌이라는 제정부 법제처장의 의견을 발판 삼아 유 원내대표를 향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라”는 압박까지 가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과를 보면 새누리당의 이런 모습은 완전히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표결 결과는 찬성 211표, 반대 22표, 기권 11표로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친박계 중 일부가 반대표를 던지긴 했지만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당시에도 새누리당 안에서는 위헌 문제가 거론됐으나 ‘법사위 판단을 지켜본 뒤 결정하자’는 김무성 대표의 제안에 의원들이 모두 동의했고, 위헌 소지가 없다는 법사위 전문위원의 판단이 내려진 뒤 의원들이 각자 자유투표로 표결에 참여했다.

그런데도 친박 의원들이 이제 와서 태도를 바꾼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국회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자 ‘내가 언제 찬성표를 던졌느냐’는 식의 염치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회 표결 전에 당 쪽에 확실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미적거리다가 뒤늦게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청와대나, 줏대도 판단력도 없이 ‘보스’의 의중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친박계 의원들이나 모두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친박계 의원들의 ‘유승민 때리기’의 이면에서는 당내 권력투쟁의 냄새도 짙게 풍겨 나온다. 유 원내대표는 그동안 증세와 복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문제 등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청와대와 적지 않게 갈등을 빚어왔다. 청와대와 친박계로서는 이번 기회에 눈엣가시 같은 그를 원내대표에서 밀어내고 비박계 일변도인 당내 권력지도를 다시 그리겠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하다. 하지만 친박계의 공세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안에서도 “자유투표의 결과를 특정 지도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등 매우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만약 청와대와 친박계가 당내 권력투쟁이라는 정치적 의도까지 갖고 이번 국회법 사태에 접근할 경우 당의 상처는 더욱 깊어지고 국정운영은 더 비틀거릴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와 친박은 제발 이성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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