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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메르스 확산, 정부의 ‘안전불감증’이 자초했다

등록 2015-05-29 18:39수정 2015-05-31 10:33

정부의 안이하고 갈팡질팡하는 대처 속에 29일 현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환자가 10명으로 늘었다.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격리되지 않은 채 중국으로 출국했던 남성이 열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가 감염 추정 시점부터 열흘가량 평소처럼 생활하며 접촉한 수많은 이들 가운데 추가로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 이른바 ‘3차 감염’이다. 이날까지 120명에 이른 격리 관찰 대상자도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환자와 여섯번째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부착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다고 한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 치닫기까지 보건당국은 여러 차례 중대한 실기를 했다. 첫 환자에게 증상이 나타난 뒤 확진 때까지 열흘 동안 격리 조처도 없이 방치했다. 치사율이 40%에 이르는 전염병인데도 치밀한 대처 시스템이 없었던 것이다. 확진 판정이 나온 뒤에는 그와 접촉했던 모든 이들을 철저히 조사해 격리·진단 조처를 취했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으로 출국한 남성 환자와 상태가 악화한 여섯번째 환자, 29일 확인된 아홉번째 환자 등은 모두 당국의 격리 대상에서 빠져 있다가 증상이 나타나고서야 진단을 받았다. 특히 중국으로 출국한 남성은 출국 전 두 차례나 병원을 찾았지만 메르스에 대한 진단이나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방역체계 전반에 고장이 나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대책본부 책임자를 질병관리본부장에서 복지부 차관으로 격상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당사자와 의료진이 격리·보고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엄정 조처하겠다고 엄포도 놨다. 진작에 강력하게 대처했으면 될 일을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당사자와 의료진을 탓하는 모양새다. 물론 당장은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감염 확산을 막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보건의료 정책의 기본을 짚어보는 기회라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 수출이나 영리병원 도입 등 상업성에 치우친 의료정책에 몰두해왔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기본적인 보건의료 역량에는 취약점을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생명과 안전 최우선’의 교훈을 정부가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차분히 반성해봐야 한다.

보건당국의 어설픈 대처로 시중에 공포감과 함께 근거 없는 소문도 무성하다. 정부는 투명하고 정확한 설명으로 이런 부작용을 막아야 할 것이다. 침착한 대처가 중요한 만큼 시민들도 예방 수칙 등을 철저히 지키되 지나친 불안감에 휩싸이는 일은 경계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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