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무상급식 문제를 두고 결국 종북몰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남도청은 30일 성명을 발표해 최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무상급식 중단 반대 운동을 “종북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의 불순한 정치투쟁”이라고 규정하고, “불순한 정치적 목적으로 도정을 훼손하려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성명서를 접하면서 맨 먼저 드는 의문은 과연 홍준표 지사나 경남도청 공무원들이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인가 하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세력이 걸핏하면 종북 딱지를 갖다 붙이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해도 너무했다. 다른 사안도 아닌 아이들의 밥그릇 문제에 종북 딱지를 붙이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경남도 학부모들의 바람과 호소는 매우 소박하고도 간단하다. “못사는 아이, 잘사는 아이가 차별받지 않고 사이좋게 학교에 다니며 건강한 밥을 먹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어떻게 종북이라는 말인가. 홍 지사의 좌충우돌식 정치 행태를 두고는 그동안에도 ‘돈키호테’라는 비아냥이 많았지만 이번 경우는 단순한 돈키호테 차원을 넘어선다.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면 무조건 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가공할 만한 폭력이자 저질 선동 정치다.
경남도가 무상급식 중단 반대를 종북이라고 규정한 근거는 이 운동을 벌이는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본부’의 대표에 예전의 민주노동당 간부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 따위가 고작이다. 종북이라는 굴레를 씌우려면 뭔가 그럴듯한 근거라도 찾아내야 하는데 최소한의 논리도 갖추지 못한 궁색하기 짝이 없는 억지 주장이다. 이런 수준 이하의 논리 구사력과 머리 구조를 지닌 사람들이 경남 도정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경남도는 이번 성명 발표를 통해 무상급식 중단 반대 운동을 벌이는 단체와 개인들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 홍 지사와 경남도는 이 대목에 대해 분명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홍 지사가 이런 무리수를 둔 배경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심각한데다, 미국 출장 중 평일 부부동반 골프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탈출구로 종북몰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홍 지사는 정말로 잘못된 무기를 선택했다. 홍 지사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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