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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의혹과 불신만 키운 검찰의 청와대 문건 수사

등록 2015-01-05 18:29

검찰은 5일 비선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의 ‘자작극’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측근이라는 정윤회씨가 청와대 비서관들을 통해 국정에 개입한다는 청와대 보고서와, 정씨가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를 미행했다는 언론 보도 및 문건이 모두 박 전 행정관이 날조한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포함한 청와대 문건들을 외부로 빼돌리거나 박지만씨에게 유출한 혐의로 박 전 행정관과 조 전 비서관을 기소했다.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청와대 내부 ‘권력투쟁’에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지만씨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고 검찰 쪽은 설명했다.

검찰 수사 결과는 사건 초기 박 대통령이 한 말 그대로다. 박 대통령이 문건 내용을 ‘찌라시’라고 규정한 대로 검찰도 ‘사실무근의 자작극’이라고 결론 내렸고, ‘문건 유출이야말로 국기문란’이라는 대통령의 단죄 그대로 검찰 역시 ‘권력투쟁’ 때문에 나라를 뒤흔든 이번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정윤회씨와 측근 ‘비서 3인방’은 엄중한 조사도 없이 처벌과 문책을 면하였지만, 조 전 비서관 등은 재판에 넘겨졌다. 한 달 넘게 수사를 했다는 검찰의 결론은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형사절차와 법률용어만 덧입힌 것처럼 일치했고, 권력의 ‘이해’에 짜맞춘 듯 딱 들어맞았다. 이러니 누가 검찰 수사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검찰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처음부터 정해 놓은 듯했다. 문건의 유출 경위에는 수사력을 집중해 바닥까지 긁어 혐의를 찾으려 했지만, 정작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문건 내용의 진위에는 애써 눈을 돌리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압수수색에 통신자료까지 살펴 ‘십상시 회동’의 진위를 가렸다지만, 정씨와 대통령 측근 ‘비서 3인방’의 인사 전횡 등 국정개입 의혹이 사실인지는 아예 수사 대상에도 넣지 않았다고 한다. 문건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데도 핵심 관련자들의 아니라는 해명만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 한 발짝도 더 나가려 하지 않았다. 강제수사도 없었다. 그러고선 ‘십상시 회합’이 없으니 국정개입도 사실무근일 것이라는 식으로 함부로 추정해 면죄부를 줬다.

검찰 수사는 서둘러 마무리됐지만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다. 검찰 수사 결과부터 아귀가 맞지 않는 것이 여럿이다. 검찰과 경찰 출신인 청와대 직원들이 사실을 날조하면서까지 허위문건을 만들고 밖으로 유출하는 무리수를 둔 이유는 여전히 속시원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권력투쟁 때문이라지만 어떤 권력을 위한 것인지는 검찰도 채 설명하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인사 개입 의혹은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유력한 정황인데도 검찰은 계속 수사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직원이 문건 유출에 연루됐다는 경찰관을 회유했다는 의혹도 여전히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부실하고 미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태에서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판명났으니 논란을 끝내자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비선과 측근으로 얽힌 청와대를 그냥 두고 갈 수도 없다. 검찰 수사 결과를 도저히 믿기 힘든 마당에 더 큰 의심과 의혹을 키우기 전에 특검과 국정조사로 제대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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