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핵심 공약의 하나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는 이제 정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올해 각 부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제민주화란 단어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1년 만에 경제민주화 공약을 사실상 폐기한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경제민주화 대신에 슬그머니 ‘경제활성화’를 앞세운다. 경제정책의 초점을 성장에 맞추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도 성장 우선을 강조하며, 경제민주화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을 우려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이는 대선 후보 때 국민에게 직접 한 말들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일이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고, 심지어 “이명박 정부는 성장만 최우선 과제로 삼아 국민 삶을 돌보지 않았다”며 “강력한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성장 위주 정책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서 나온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주요 경제민주화 공약의 입법 성적은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데 박근혜 정부는 성장을 더 중시하겠다며 경제민주화를 접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 완화를 부르짖더니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처럼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법안까지 추진했다.
흐지부지되기는 복지 관련 공약도 마찬가지다. 기초연금의 경우 선거 때는 박 대통령이 “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소득 하위 70%까지만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 쪽으로 축소됐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공약은 인수위 시절부터 수정됐고, 2014년까지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만들겠다던 공약도 예산 제약으로 대상이 대폭 줄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는 사회통합과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이행해야 할 과제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정권으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다시 경제민주화 정책을 되살리고, 복지공약 역시 구체적인 시행계획과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해 임기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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