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장관이 지난 대선 당시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심리전 작전 결과를 보고(이하 작전결과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작전결과 보고는 사실상 사이버사가 수행한 대선 댓글 공작 내용이 담긴 문서를 말한다. 군 검찰의 사이버사 사건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은 사이버사령관으로 재직했던 2012년 대선 당시 매일 심리전단 단장으로부터 인터넷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주요 이슈를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고, 이에 따라 작성된 글이 야당 후보 폄하 내용을 포함해 트위트 2887건, 블로그 글 183건에 이른다. 즉 이런 일을 김 장관도 연 전 사령관과 함께 사건 당시부터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이 사건 수사에 관여한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가 최근 민주당 사이버사 대선개입 진상조사단 간사인 진성준 의원에게 털어놓음으로써 드러났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김 장관이 국내외 일일 사이버 동향과는 별개로 심리전 대응작전 결과를 보고받았으며, 작전결과 보고는 50개 부서에 전달되는 일일 사이버 동향과는 달리 장관, 사령관 등 핵심 지휘계선에 보고되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지금까지 김 장관은 국회 답변 등을 통해 북한의 해킹 대책 등을 담은 일일 사이버 동향만 보고받고, 이른바 ‘대남 심리전’에 관한 보고는 받지 않았다고 공언해왔다. 조사본부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그는 그동안 철저하게 거짓말을 해온 셈이다. 군의 정치개입을 알고도 방조한 법적 책임에 더해 보고받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까지 한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또한 조사본부가 수사 과정에서 김 장관이 작전결과 보고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를 수사 대상에도 올리지 못한 건 국방부 자체의 사이버사 수사가 갖는 내적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심지어 조사본부는 중간 수사 발표 때 연 전 사령관의 지휘책임을 거론하면서도 장관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애초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조사본부가 장관의 직속부대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타당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김 장관은 자신이 이번 사건의 제3자가 아니고 당사자라는 주장이 나온 만큼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 수사를 받는 게 마땅하다. 사이버사에 대한 수사도 이미 불신의 늪에 빠진 군 검찰이 아니라 특검 등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수사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김 장관은 진실은 감추려고 할수록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시간이 늦기 전에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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