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일본의 ‘독도 도발’ 수위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일본 정부 전체가 나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정기국회 개원일인 24일 외교연설에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전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2012년부터 외무상의 국회 외교연설문에 독도 관련 주장이 들어갔지만 독도가 그들의 ‘고유 영토’라는 말이 사용된 것은 처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일본 정부는 중-일 영토분쟁이 일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 이름 댜오위다오)와 함께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누리집을 개설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의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한국어 등 10개 국어로 만들어 유튜브 등에 공개했다. 급기야 28일에는 문부과학성이 교과서 작성 지침이 되는 중·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명기하도록 결정했다. 독도에 대한 영유권 도발을 외교 차원의 문제 제기나 홍보 차원을 넘어 국민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독도와 관련해 일본이 할 수 있는 방법이 더 있다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강공이다.
일본이 독도 도발을 강화하게 된 데는 2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계기가 됐다. 이런 점에서 독도를 점유·통치하고 있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도발의 명분을 제공해준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이 작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과 같은 일본의 반역사적 독도 도발을 합리화해주는 것은 아니다.
독도 갈등의 본질은 일본제국주의가 동아시아를 자기 세력권으로 삼기 위해 러-일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독도를 자기 땅으로 강제 편입한 데 있다. 일본이 이런 어두운 역사를 무시하고 일반적인 영토분쟁인 것처럼 독도 문제를 대하는 것 자체가 기만이고 왜곡이다. 더욱이 영토 문제는 속성상 외교적 해결보다 감정적 싸움으로 치닫기 쉽다. 따라서 더 좋은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가급적 현상을 유지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
일본이 도발의 수위를 높이는 한 우리 정부도 비례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독도 문제에서 다급한 쪽은 우리가 아니라 일본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잘 인식하고 의연하게 대응하기 바란다.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 퇴행적 언행으로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려 있는 일본은 독도 도발이 더욱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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