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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산가족 상봉,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가야

등록 2014-01-26 18:46

설 이후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 적십자회 중앙회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의한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의 전통문을 보내왔다. 설을 전후해 상봉을 성사시키자는 우리의 제의에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를 조건으로 내비치며 보인 유보적 자세를 철회하고 무조건 수용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우리 쪽은 환영의 뜻을 표시하며, 27일 정부의 입장과 실무 협의 방법을 담은 전통문을 보내기로 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급진전을 이루게 된 데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북한은 1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하자고 밝힌 이후 줄기차게 대화 제의를 되풀이했다. 16일엔 국방위원회의 비방·중상 및 군사행위 중단, 핵 재난을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 조치를 하자는 중대 제안을 내놓고, 안팎에서 다각적으로 이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위장 평화 공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이 먼저 진정성 있는 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무조건 수용은 우리의 요구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여러 가지 남북 사이의 현안 중에서도 매우 긴급하고 중요한 인도적 사안이다. 제1세대 이산가족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그나마 생존한 분들도 대부분이 80살 이상의 고령이어서 언제 사라질지 모를 지경이다. 남북 당국은 인원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단속적 상봉에서 벗어나 생사 확인, 편지 교환, 상시 상봉 등의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이산가족 문제는 긴급성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전반적 발전 없이 홀로 진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사정을 고려해 금강산 관광 재개, 5·24조치의 해제 등 북한의 관심사와 적절하게 연계해 이산가족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북한도 장성택 처형 이후 안팎에서 제기되는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회피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일회성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남북 당국은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는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외세의 입김이 점점 커질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올 들어 ‘통일 대박론’을 전면에 내세우는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의 경색이나 갈등은 대박 이전에 재앙을 먼저 불러올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남북 당국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으로 모처럼 조성될 화해의 불씨를 잘 살려, 더욱 높은 차원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가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그래야 통일 대박의 꿈도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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