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이하의 품질에다 친일·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교사·학부모·학생 등 교육 관련자들이 전면적으로 외면함으로써 심판이 내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이 교과서 살리기에 앞장서온 교육부와 새누리당은 반성은커녕 끝까지 이 교과서에 매달리면서 교과서 국정화를 다시 언급하고 있다. 이제 교육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필요한 때다.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정우택 최고위원 등이 연이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것은 너무 뻔뻔하다. 국민이 역사왜곡 교과서를 외면하니까 자신들의 집권 시기에 강제로 교실에 배포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들은 ‘역사 교과서가 국민적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을 국정화 주장의 근거로 들었는데, 갈등을 만들어낸 한 축이 자신들임을 생각하면 적반하장의 태도다. 새누리당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친일·독재 세력에 뿌리를 둔 정당인데다 역사전쟁을 도발한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부가 교과서 채택 결정을 변경한 학교 가운데 일부에서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고 8일 밝힌 것은 그 자체가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하는 외압이다.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교사·학부모·학생 등 교육과 관련된 이들이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민주적 절차다. 무엇보다 자녀가 역사왜곡 교과서로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가만히 있을 부모는 없다. 더구나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여러 학교에서 정상적인 절차가 무시되고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는 문제 제기가 있은 터였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6~7일 이틀간 특별조사라는 이름으로 교과서 채택 과정에 개입하는 정치적 행보를 했다. 역사왜곡 교과서에 목을 매는 이런 교육부가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역사 교과서는 저자의 생각을 학생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계에서 통용되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친일·독재 등의 주제를 놓고 이제까지와 다른 주장을 하겠다면 학계의 공론에 부쳐 인정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교과서로서 엄격한 품질 기준을 충족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교학사 교과서 옹호자들처럼 이런 노력도 없이 기존 학설을 매도하는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수 있는 행태다.
일본 극우파가 만든 역사왜곡 교과서의 아류라고 할 만한 교학사 교과서를 정부·여당이 끝까지 옹호하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아마도 박근혜 정권 내내 비슷한 교과서를 강요하면서 역사전쟁을 이어갈 것이다. 이런 작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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