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노조의 파업과 시민들의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수서발 케이티엑스 신규업체(수서고속철도)를 밀어붙인 건 결국 철도 민영화 때문이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코레일이 지난 12월23일 제출받은 ‘수서발 케이티엑스 운영 준비를 위한 조직설계’ 최종 보고서가 그 ‘증거’다.
이 보고서는 최종 목표가 “적자노선, 광역철도 신규사업 등은 공기업 또는 민간에 개방”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수서고속철도를 강행한 것은, 돈벌이가 되는 수서발 노선을 따로 떼어냄으로써 기존 코레일의 재정 상태를 의도적으로 악화시키려는 게 목적이 아니었나 싶다. 눈덩이 적자를 근거로 노조를 와해시키고, 적자노선은 폐지하며, 이익이 되는 노선은 대기업에 팔아넘기려는 의도 말이다. 그런 복선은 없었다 하더라도 최소한 “철도를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거짓임이 드러난 셈이다.
박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 뒤에는 공기업 민영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던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닮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영국의 철도 민영화는 완전 실패작이다. 가격은 턱없이 높고 서비스의 질은 낮다. 요금 체계가 너무 복잡한데다 차표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잦은 열차 사고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였고 드디어 많은 국고보조금이 투입되는 지경에 이르자 2000년대에 들어와서 민영화된 시설 일부를 다시 비영리 법인의 관리로 전환했다고 한다.
적자노선 폐지가 낳은 부작용을 보려면 아르헨티나의 사례가 있다. 도심과 교외를 연결하는 간선철도의 경우 70%가 운행을 멈췄다. 그 결과 800개 역사가 폐쇄됐다. 섬처럼 고립된 마을 주민들이 도시로 삶터를 옮겼으나 이내 새로운 도시빈곤층으로 전락했고, 지역간 불평등이 심화됐다. ‘돈이 되지 않는’ 철도 노선의 폐쇄와 축소는 직접적으로는 실업을 낳았고, 간접적으로는 지역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끼쳤다.
박근혜 정부는 부디 다른 나라 사례를 깊이있게 연구해보길 바란다. 철도는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국가의 기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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