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육성 신년사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31일 언론 기고를 통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업그레이드에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계기로 양쪽 당국 모두 남북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김정은의 신년사는 장성택 숙청 이후 나라 안팎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를 겨냥한 핵전쟁의 검은 구름이 항시적으로 떠돈다’면서도 핵·미사일 능력 강화 등의 도발적 발언과 명시적인 대외 비난은 자제했다. 농업 혁신과 유일 영도체계 등에 대한 강조는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 개선을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일관성이 있다. 하지만 신년사는 “북남 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그쳤다. 북쪽이 진정으로 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좀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 출발점은 설날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교류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기본적인 원칙을 재확인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 역시 구체적인 내용이 모자란다. 특히 인도적 지원에서는 좀더 유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확실한 의지와 실질적 행동을 보여준다면 한국은 경제개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대목도 이전 정권의 비핵·개방·3000 정책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 핵 문제와 남북 관계가 무관할 수는 없지만 남북 관계를 핵 문제에 종속시키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지난해 봄 최악이었던 남북 관계는 여름부터 풀리는 듯하다가 9월 이후 다시 경색된 상태다. 개성공단 사업도 근근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과 대북 압박을 선호하는 국제 여론 등 불안 요소도 남아 있다. 정부 안 주요 인사들은 경색된 남북 관계를 기정사실화하고 ‘안보몰이’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1~3월 북한 도발 예상’이 그런 사례다. 이런 태도는 남북 관계에서 돌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높이고 한반도 관련 현안의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이전 정권 5년을 되돌아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의 변화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대북 정책을 펴나가길 바란다. 남북 관계 진전은 핵 문제 등 한반도와 관련된 모든 현안을 풀기 위한 기반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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