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하면서 철도노조가 파업을 공식 철회했다. 마주 오는 열차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돌진하던 정부와 철도노조가 정면충돌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모면한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치권이 오랜만에 사회적 쟁점을 국회로 수렴해 갈등 해소에 기여한 점도 높이 평가할 일이다.
관심의 초점은 철도발전소위가 사회적 중지를 모아 제대로 된 철도산업 발전 방안을 도출할지에 모아진다. 불행히도 새누리당의 태도를 보면 벌써 걱정이 앞선다. “지금까지 진행된 조처에 대해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김무성 의원)는 등의 말에 비춰볼 때 정부·여당은 케이티엑스 자회사 면허 발급 취소나 민영화 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은 꿈도 꾸지 않고 있는 듯하다. 파업이 끝났으니 소위를 케이티엑스 자회사 설립의 들러리로나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감지된다.
이번 철도 파업 사태가 철도노조원뿐 아니라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은 이유는 명백하다. 우선 케이티엑스를 분리하는 것이 정부 주장대로 효율적인지에 대한 확신을 주는 데 실패했다. 자회사 설립을 통한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명분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수서발 노선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 버는 구간인데 여기랑 경쟁하라고 하니 말이 되지 않는다”며 “수서발 케이티엑스 자회사 설립은 정책부터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국민이 느끼는 의문의 핵심을 명확히 짚는 말이다. 자회사가 언젠가는 민간의 손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여기서 출발한다. 국회 소위가 지금까지 진행된 내용을 백지화하고 철도산업 발전 방안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다.
민영화 방지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여당은 자회사 공공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려면 이사회의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의 장치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코레일 이사회가 출석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자회사 설립에 동의한 것에서도 나타나듯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사회 특별결의가 그렇게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정부·여당이 진정으로 민영화를 하지 않을 요량이라면 철도 민영화를 아예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꺼릴 이유가 없다. 국회 소위에서 한층 진전된 법적·제도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파업의 불씨가 다시 되살아날 수도 있다.
코레일 노사 간에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수배 해제,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징계 철회 등은 필수적이다. 한쪽에서 구속과 대량 징계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마당에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소위가 제대로 구실을 하려면 민주당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동안 민주당은 각종 현안에서 새누리당에 계속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다. 철도발전소위가 또다시 정부·여당 방침을 추인하는 들러리 노릇이나 하고 끝난다면 비판의 화살이 민주당에 더 쏟아질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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