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7일 수서발 케이티엑스 법인 면허를 발급했다. 불교계와 정치권이 마지막 중재에 나서 대화를 통한 해결책 모색을 호소했지만 모든 걸 묵살하고 이날 밤 군사작전 하듯 면허 발급을 강행한 것이다. 이는 노조와 국민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앞으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어떤 목소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보인다. 노-정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가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수서발 케이티엑스 법인 면허 발급은 철도파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일거에 깔아뭉개는 것이다. 그동안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은 여느 파업과는 달리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열풍을 일으킨 것도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광범위함을 보여준 것이었다. 불교계는 이런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대화 중재에 나섰고, 코레일도 할 수 없이 대화의 자리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모든 대화 움직임을 철저히 무시한 채 철도파업을 지지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야밤에 전격적으로 면허를 발급하고 말았다.
정부의 이런 처사는 국회의 역할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회 환경노동위는 이날 어렵게 정부, 코레일, 노조 등 노사정 관계자들을 국회로 불러 중재를 시도했다. 하지만 정부와 코레일은 기존 방침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한두 달만이라도 면허 발급을 유보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찾자고 간청했지만 허사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환노위가 끝난 지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보란듯이 면허를 발급했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나온 목소리는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았다. 이게 과연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인지 참담할 뿐이다.
정부와 코레일이 이렇게 강수를 두는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원칙대로’ 대처하라고 하는 상황에서 국토부나 코레일이 무슨 재량권이 있겠는가. 결국 이번 철도 민영화 강행은 철저히 박 대통령의 지시 아래 진행돼왔고, 그로 인한 책임도 결국 박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다.
이제 당분간 노-정 관계는 파국을 면키 어렵게 됐다. 당장 28일 노동계 총파업 집회가 예정돼 있고, 2차, 3차 총파업도 예고된 상황이다. 노-정 관계를 이렇게 끌고 가서는 경제뿐 아니라 정국 전반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배척받는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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