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이 18일째 계속중인 상황에서 노사가 26일 대화의 자리에 마주앉은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불교종단 조계종은 이날 총무원 차원의 공식 입장을 통해 “철도노조 문제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도법 스님의 중재로 조계사 경내에서 만나 노사교섭을 재개하기로 합의했고, 곧바로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노사가 실무교섭에 들어간 것이다.
조계종이 “부처님 품 안으로 들어온 노동자들을 외면할 수는 없다”며 철도노조 간부들을 보호할 뜻을 공개 표명함으로써 지도부 체포를 통해 파업을 서둘러 종결지으려던 방침에 제동이 걸린 정부와 코레일로서는 달리 선택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달리 보면 정부나 회사로서는 이번 노사교섭이 파업 문제를 풀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도법 스님은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 등과 함께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청와대가 ‘원칙’에 얽매여 있다면 대신 나서서 매듭을 풀 실마리라도 마련하는 게 제대로 된 여당의 역할이다.
정부·여당은 지금쯤은 강경몰이를 통한 해법은 법률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몰아붙이고 있으나 현행 법률과 판례에 비춰보면 ‘준법 파업’에 해당한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미 대법원이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2006년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이상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몰 자회사 설립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도 명분이 약하다. 영국, 일본 등의 민영화 폐해를 알게 된 국민 여론이 결코 정부의 방침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도 이를 잘 말해준다.
코레일은 대화가 재개된 이날 철도기관사와 승무원 660명을 대체인력으로 채용하겠다고 공고까지 내버렸다. 최연혜 사장이 조계사를 방문해 대화하고 노사교섭을 재개한 게 과연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와 코레일은 강경몰이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어렵게 만들어진 대화의 자리가 성과를 거두려면 먼저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국민의 목소리와 노조 주장을 겸허하게 듣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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