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시민사회 등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자고 제안했음에도 정부는 “불법 파업”이라며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철도노조 파업은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헌법과 노동관련법은 물론 현행 대법원 판례에 비춰봐도 불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검찰과 법원이 법과 판례의 취지를 벗어나 노조 간부들에게 구속영장과 체포영장을 남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정도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이종길 판사와 대전지법 박태안 판사는 각각 철도노조 영주차량지부장 윤아무개씨와 대전지방본부 조직국장 고아무개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신승철 철도노조 위원장 등 간부 26명에 대해서는 이미 전국 각 법원이 같은 혐의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형법 제314조 1항은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1년 3월 철도파업 사건(2007도482) 재판에서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의 경우에만 ‘위력’에 해당한다고 새로운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이른바 ‘전격성’의 원칙이다.
이 기준에 비춰보면 이번 철도파업은 철저하게 법과 판례가 요구하는 절차와 기준을 지키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노사협상과 중앙노동위 조정 절차를 거친데다 지난 6월27일과 11월22일 조합원 총회에서 두 차례나 찬반 투표를 했고, 그 뒤에도 파업 예고를 거쳐 17일이 지나서야 파업에 들어갔다. 게다가 필수인원은 파업에서 배제해 승객의 피해를 최소화하려 애쓰는 등 준법 파업을 해온 셈이다.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고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을 초래한 것도 아니다. 백 보 양보해 ‘위력’에 해당한다 쳐도 절차를 준수하는 등 그간의 과정에 비춰보면 정당행위로 볼 만하다. 이 정도면 설사 파업 지도부가 법정에 선다 해도 유죄보다는 무죄에 가깝다.
더구나 국제노동기구조차 형법의 업무방해죄를 악용해 파업을 봉쇄해온 데 대해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할 정도로 이 문제는 국제적인 논란거리가 돼온 사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법원이 과거의 구태의연한 잣대로 영장을 발부한 것은 정부·여당의 정치공세와 여론몰이에 편승해 법 원칙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판사들은 영장 발부 단계에서라도 헌법과 법률, 판례에 따라 엄격하게 심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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