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2일 전국철도노조 지도부를 붙잡는다며 민주노총 설립 이래 처음으로 본부 사무실에 강제진입한 뒤 후유증이 만만찮다. 전국 각지에서 반발 시위와 촛불집회가 열리는가 하면 변호사단체는 ‘불법 난입’이라며 형사고발과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유엔 특별보고관들에게 이번 사건을 주목해달라며 긴급청원을 제출했다. 경찰은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강변하고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없는 사람을 찾겠다며 건물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꼴이 됐으니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경찰의 진입은 법원의 체포영장을 받긴 했으나 그 규모와 방식 면에서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철도노조 파업 지도부 9명을 체포한다는 명분 아래 5000여명의 경찰을 민주노총 건물 주변에 배치해 장시간 조합원과 시민들의 통행을 차단했다. 또 건물주인 경향신문사의 동의도 얻지 않고 현관 유리문과 잠금장치를 깨고 들어가서는 최루액까지 발사하며 노조원과 시민들을 무더기 연행했다.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들어가서는 엉뚱한 사람들만 잔뜩 붙잡았으니 전형적인 ‘공권력 남용’이 아닐 수 없다.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사무실 주인인 민주노총이나 건물주인 경향신문사 쪽에 충분한 설득과 협조요청을 했는지도 의문이지만 체포영장만으로 건물 전체를 수색한 것은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민변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의 법률전문가들은 “피의자 체포를 위해 건물 전체를 수색하려면 별도의 수색영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경찰이 애초 수색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 의해 기각당한 점을 고려하면 경찰의 무리한 진입과 건물 수색은 불법의 소지가 다분하다.
사상 처음으로 민주노조의 심장부가 유린당한 사건 뒤 정부와 노조 사이 갈등이 더 고조돼 상황도 악화일로로 치닫게 생겼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뒤늦게 경향신문사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민주노총과 경향신문사의 재산상 피해에 대해 변상할 뜻을 밝혔으나 그것으로 수습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황당한 진압작전으로 민주노조의 안방을 짓밟고 언론사를 무단 침탈한 경찰 수뇌부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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