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민주노총 사무실을 부수고 들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과연 이것밖에 없었던 것일까 하는 착잡함이다.
이런 극단적인 방법은 다른 선택지가 완전히 막혀 있을 때나 쓰는 거다. 그런데 철도파업은 제3의 해법이 얼마든지 있다. 정부는 철도를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거고, 노조는 못 믿겠다는 거다. 그 골만 메우면 된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철도사업법 개정안은 그런 해법 중 하나다.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더라도 민영화 금지를 법에 못박아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자는 거다. 교수들로 구성된 4개 학술단체가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대화하자고 제안한 것도 경청할 만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중재안은 아예 거들떠보지 않고 초강수만 구사하는 걸 보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게 본심이거나 아니면 이번 기회에 민주노총을 짓밟아 버리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민주노총 강제진입은 1979년 신민당사 난입사건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그해 8월 신민당 당사에 무장경찰이 들어가 농성하던 와이에이치(YH)무역 여성노동자 172명을 무자비하게 강제연행했는데, 그때 동원된 경찰이 1000명이다. 이번엔 무려 5500명을 넘어선다. 당시 신민당 의원들이 경찰에게 멱살이 잡혀 끌려 나가는 등 봉변을 당했는데, 이번에도 야당 의원들이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농성하던 김경숙씨가 투신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번 진압의 경우도 건물 구조가 복잡하고 좁은 계단과 낡은 난간이 있어 큰 불상사가 날 수 있는데도 그냥 밀고 올라갔다.
민주노총은 제1야당 못지않은 상징적인 곳이다. 19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상징이며 심장부이다. 그렇기에 누구도 감히 강제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경찰이 들고 간 것은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이지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아니었다. 민주노총과 노동운동 자체를 적으로 돌리고 말살하겠다는 선전포고로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건물의 주인은 경향신문사다. 신문을 제작하기 위해 기자들이 회의하고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할 시간이었다. 경찰이 유리창을 깨고 최루액을 뿌리며 건물 전체를 아비규환으로 만든 것은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무시한 망나니짓이다. 신민당사 난입은 유신정권 몰락의 신호탄이었다. 이제 출범한 지 1년도 안 된 정부가 몰락의 길을 걷는다는 건, 정권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비극이다. 부디 박근혜 대통령이 이성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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