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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야당후보 비난 댓글이 대선 개입 아니란 말인가

등록 2013-12-20 19:14수정 2013-12-21 12:00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직전 심리전단 인원수를 2배 이상 늘리는가 하면, 요원들은 최신형 스마트폰인 이른바 ‘작전폰’을 통해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 등을 포털에 올렸다고 한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대선 후보 티브이토론이나 후보 단일화 등 민감한 대선 이슈 관련 보도에 집중적으로 댓글을 달았다는 것이다. “정치에 관여했지만 대선 개입은 아니”라는 국방부 조사본부의 발표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사이버사는 지난해 9월까지 심리전단 요원이 61명이었으나 10월부터 갑자기 132명으로 배 이상 늘렸다. 지난해 증원한 79명 가운데 71명을 댓글·트위트글 작업을 벌이는 심리전단에 집중 배치한 것이다. 대선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에, 부대 하나를 통째로 늘리다시피 한 것은 대선을 의식한 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심리전단 요원들이 포털에서 작성한 댓글 내용을 봐도 대선 개입이 없었다는 국방부 발표가 새빨간 거짓임을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대선 후보 토론 뒤인 11월27일 네이버에 올라온 <연합뉴스> 기사에 요원들은 “엔엘엘 사수 의욕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유사시에 북한에 나라를 내주는 꼴이 될 것은 뻔한 이치”라거나 “대통령이 될 사람이 모호한 안보관을 갖고 있다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등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12월4일에는 후보 토론 관련 <연합뉴스> 기사에 “뇌물 하면 다이쥬와 뇌물현은 빼놓으면 섭하제?”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11월21일 후보 단일화 관련 <한겨레> 기사에는 “내가 김대중 노무현 이름만 들어도 이가 갈리는데 문재인이라니”라고 글을 올렸다.

국방부는 포털 댓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지만 19일 중간발표엔 이런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의도적인 은폐·축소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작전폰까지 받아 사용한 것으로 밝혀진 연제욱 당시 사이버사령관이 심리전단장한테서 문제 되는 내용들을 “보고는 받았으나 지시는 하지 않았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입건한 심리전단장을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 기소하는 것도 법률상식에 반한다.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수사일 뿐 아니라 의도적인 축소·은폐 수사로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진행될 마무리 수사마저 이런 식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명백하게 드러난 증거들을 고의로 무시하거나 빼돌린다면 직권남용·직무유기 등의 ‘2차 범죄’가 될 수 있다. 아무래도 특검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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