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조사본부가 19일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요지는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된 2010년 1월11일 이후 댓글 의혹이 제기된 10월15일까지 첨단 수사기법까지 동원해 샅샅이 수사를 벌였으나 대선 개입 지시나 국가정보원과의 연계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이아무개 530사이버심리전단장이 정상적인 대북 사이버 대응 작전을 수행하면서 ‘대응작전 간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마라’는 과도한 지시를 했으나 전·현직 사이버사령관은 단장에게 이런 지시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심리전단장을 군형법상 정치관여, 형법상 직권남용과 증거인멸죄로 형사 입건 및 직위해제하고, 50건 이상의 댓글을 쓴 요원 10명을 형사입건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조사본부는 수사 결과,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행위는 있었으나 대선에 개입한 일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지었다. 예를 들어,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글을 올린 것조차 대선 개입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치 불륜은 있었으나 책임질 일은 없었다는 말처럼 들린다. 이런 몰상식적 논리를 펴니 누가 군의 수사 결과를 믿겠는가.
모든 책임을 심리전단장 개인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상명하복이 엄격한 군의 특성상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지시를 3급 군무원에 불과한 단장이 내렸다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이런 중대한 지시를 직속상관인 사이버사령관이나 국방장관 몰래 내렸다면 이야말로 군의 지휘체계가 엉망진창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오히려 이 단장만 구속해 ‘꼬리 자르기’를 하려다가 그가 활동 내용의 청와대 보고 사실을 흘리며 반발하자 처벌 수위를 낮췄다는 관측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조사본부는 국정원과 연계도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군 수사기관이 직접 국정원을 상대로 수사를 할 수 없다는 한계를 무시한 지나친 자신감이다. 이미 국회의 활동을 통해 국정원과 사이버사가 예산, 업무지시, 인물로 복잡하게 연계돼 있다는 건 충분히 드러났다.
조사본부의 발표만으로도 전·현직 사이버사령관과 국방장관은 지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사본부의 발표가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군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런 일의 재발을 막는 방법은 군과 국정원, 청와대를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는 특별검사 도입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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